공포의 밤(숨겨진 공포영화 리뷰)

중세 알프스의 어둠 속에서 피어난 공포, '하가주사(Hagazussa, 2017)' 리뷰

Reviewer of Darkness 2025. 4. 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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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루카스 파이겔펠트(Lukas Feigelfeld)

 

출연진: 알렉산드라 츠벤(Aleksandra Cwen), 셀리나 페터(Celina Peter), 클라우디아 마르티니(Claudia Martini), 탄야 페트로프스키(Tanja Petrovsky)

 

작품연도: 2017년

 

국내 개봉: 미개봉 (국내 정식 개봉 기록 없음)

 

현재 시청 가능 플랫폼: 국내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미제공 (해외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VUDU 등에서 시청 가능)

 

15세기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의 깊은 숲속,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하가주사'는 단순한 공포가 아닌 심리적 여정을 담은 작품이에요. 고대 독일어로 '마녀'를 의미하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마녀사냥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통해 인간의 고립과 광기를 보여줍니다. 감독의 영화학교 졸업 작품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독특한 시각적 미학과 느린 서사로 관객들을 중세의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죠.

 

하가주사(Hagazussa, 2017)'

 

 

 

숲속에 숨겨진 이야기

 

'하가주사'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영화로, 첫 번째 장 '그림자'에서는 어린 알브룬(셀리나 페터)과 그녀의 어머니(클라우디아 마르티니)가 등장합니다. 눈 덮인 하얀 풍경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인물들의 구도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하죠. 하지만 이 아름다움 뒤에는 마을 사람들의 냉대와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성인이 된 알브룬(알렉산드라 츠벤)은 여전히 고립된 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살아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외면하지만, 스윈다(탄야 페트로프스키)라는 여성이 예상치 못하게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우정은 잔인한 착취로 이어지고, 죽은 어머니의 속삭임에 시달리던 알브룬은 점차 어둠의 길로 접어들게 되죠. 그녀가 정말 마녀였는지, 아니면 마녀가 되어가는 과정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요. 이런 모호함이 '하가주사'의 매력이자 불편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시각적 예술로서의 '하가주사'

 

'하가주사'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입니다. 다나 두만(Dana Dumann)의 뛰어난 세트 디자인부터 카트린 볼페르만(Katrin Wolferman)의 섬세한 의상까지, 작품의 모든 요소는 중세 시대의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어요. 마리엘 바케이로(Mariel Baqueiro) 촬영감독은 눈 덮인 겨울의 차가움, 알프스 산맥의 울창한 풍경, 그리고 중세 후기 생활의 황량함을 수상감 있는 카메라 워크로 포착했습니다.

 

 

그리스 앰비언트 듀오 MMMD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해요. 루카스 파이겔펠트 감독은 인터뷰에서 "MMMD의 음악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사운드에 깊이 매료되었다"고 밝혔죠. 그들이 만든 커스텀 첼로로 연주하는 느린 추상적인 드론 사운드는 따뜻한 어둠 속에서 길을 잃게 만들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발견하게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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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보다 분위기에 의존하는 영화

 

'하가주사'는 대사가 최소화된 영화로, 분위기와 시각적 요소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요. 루카스 파이겔펠트 감독은 "관객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여 전체적인 영화적 경험을 창출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것들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잠재의식적인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특히 '하가주사'는 주인공의 고립감을 다루기 때문에 대사가 부차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감독은 "대화는 필요할 때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이런 접근 방식은 영화에 독특한 리듬과 톤을 부여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지루함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여성 트라우마를 다루는 남성 감독의 시선

 

'하가주사'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남성 감독으로서 루카스 파이겔펠트는 이 주제를 어떻게 섬세하게 다루었을까요?

 

 

그는 마녀 주제에 대해 연구하면서 "이것이 시대를 초월하여 남성, 종교, 사회에 의해 고통받는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요. 다르게 생각하거나 믿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 대한 박해는 오늘날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입니다.

 

 

파이겔펠트 감독은 주연 배우 알렉산드라 츠벤과 긴밀히 협력하여 알브룬이라는 여성의 강한 이미지를 창조했습니다. 그는 "마녀 주제에 대한 전형적인 남성적 시각(예: '악한 여성')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을 묘사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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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주사'와 '더 위치'의 비교

 

많은 평론가들이 '하가주사'를 로버트 에거스의 '더 위치(The Witch)'와 비교합니다. 표면적으로 두 영화 모두 이교도적 관행이 신을 두려워하는 농경 공동체에 서서히 침투하는 시대극이죠. 구조적으로도 두 영화는 암시적인 시각과 소리를 통해 꿈같은 세계를 구축하는 반면, 이야기는 부차적인 위치에 있어요.

 

 

그러나 '하가주사'는 '더 위치'보다 더 느린 전개와 모호한 분위기에 집중하고 있어서, '더 위치'의 매력에 빠진 관객들에게도 더 큰 인내심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더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하가주사'는 더 적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겠죠.

 

 

영화학교 졸업작품에서 시작된 여정

 

'하가주사'는 루카스 파이겔펠트의 영화학교 졸업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으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일부 자금을 조달했어요. 감독은 "오래된 이교도 신앙과 당시 산속을 배회했다고 여겨지는 마녀에 관한 민간 설화를 연구한 후, 이런 민간 설화가 마녀로 낙인찍었을 인물을 발전시키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녀의 심리를 더 깊이 파고들어 그녀를 트라우마를 겪고, 학대받고, 결국 망상에 빠진 사람으로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어요. 또한 "중세 시대에 정신병을 앓으면서 미신과 종교적 박해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어떤 끔찍한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화학교 졸업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보면서도 '하가주사'는 평균적인 학생 영화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화려하며, 자신감 있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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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공포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가주사'

 

10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일상적인 장면들(빨래하기, 치즈 만들기, 우유 나르기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는 고립된 시골 생활의 정확한 묘사이기도 해요.

 

 

이 영화는 분명 모든 관객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느린 전개와 모호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때로는 불편한 장면들(예: 염소젖을 짜면서 자위하는 장면)은 틈새시장을 위한 취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술적 공포영화의 팬이라면, '하가주사'는 중세 시대의 미신과 공포, 그리고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매력적인 여정을 제공할 것입니다.

 

 

루카스 파이겔펠트 감독의 이 데뷔작은 2017년 판타스틱 페스트에서 처음 선보인 후, BFI 런던 영화제와 브루클린 공포 영화제 등 다양한 국제 영화제를 순회했어요. 비록 국내에서는 정식 개봉되지 않았지만, 예술적 공포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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